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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과 새로움의 절묘한 경계선
2024-05-13
하루에 보는 광고가 몇 개인지 알고 있나요? 업계 추정은 어디까지 세느냐에 따라 3,000개부터 1만 개까지 제각각입니다. 분명한 건 그중 기억에 남는 광고가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 눈에 띄는 광고들은 의외의 방법을 택해요. 모두가 아는 장면을 빌려 와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죠.
광고로 광고를 만든 KCC
2021년 12월 KCC 창호가 공개한 약 3분 길이의 광고는 시작부터 다른 브랜드 광고처럼 보입니다. 경동보일러, 바디프랜드, 꽃을 든 남자 등 90년대 광고 장면이 배우 성동일을 중심으로 줄줄이 패러디됩니다. 보일러 장면은 단열을, 자외선 차단 화장품 장면은 창호의 UV 차단을 보여 주는 식입니다. 광고는 '세상을 연결하는 창, KCC 창호'라는 한 줄로 모든 장면을 묶습니다. 유튜브 조회수는 약 820만 회, 댓글은 1,800개를 넘었습니다. 익숙한 장면이 웃음을 만들고 그 웃음이 결국 '연결'이라는 메시지로 돌아오는 구조예요.
예능의 문법을 빌린 LG
LG전자는 2022년 씽큐 광고에서 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패러디했습니다. 장도연과 딘딘이 출연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집 이야기'입니다. 프로그램 제목에서 한 글자만 바꿔, 사건 대신 집과 가전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시청자는 이미 아는 형식이라 금방 몰입하고 그 익숙한 틀 안에서 제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돼요.
포스터 한 장에 담긴 패러디
에픽하이는 단독 콘서트 '현재상영중'에서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홍보 포스터를 선보여 왔습니다. 공연마다 여섯 장의 패러디 포스터를 만들고 그중 세 장은 관객 투표로 고릅니다. 팬들은 포스터가 공개될 때마다 원작이 무엇인지 맞혀 보며 공연을 기다려요. 패러디가 홍보물을 넘어 팬과 함께 노는 놀이가 된 셈이죠.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세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빌려 온 장면이 브랜드의 메시지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KCC는 광고와 광고를 연결하며 창의 역할을 말했고, LG는 이야기 형식으로 가전의 쓸모를 풀었습니다. 익숙함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입구일 뿐이에요. 그 안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건네지 못하면 패러디는 원작의 인기만 빌린 따라 하기로 끝나요. 익숙함으로 문을 열고, 새로움으로 기억에 남기는 것. 그 경계를 잘 아는 브랜드가 오래 회자되는 광고를 만들어요.
Written by Ye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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